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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 3 ( 2025년 2월 7일 ~ 10일 교토 / 오사카 )

김야꼬 2025. 4. 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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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8일 열차를 타고 야마자키 증류소로 가는길
2025년 2월 8일 열차를 타고 야마자키 증류소로 가는길

* 가격과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작성자의 경험과 취향이 섞여 있습니다.
* 긍정적인 리뷰를 지향하고, 부정적인 리뷰는 지양합니다.

 

* 일본 여행 시리즈 2025 ( 교토 / 오사카 2/7 ~ 2/10 )

 

일본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 1 ( 2025년 2월 7일 ~ 10일 교토 / 오사카 )

 

일본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 2 ( 2025년 2월 7일 ~ 10일 교토 / 오사카 )

 

야마모토 멘조우 - 야사이 텐노 자루 우동 / 토리 사사미 텐노 자루 우동

 

야마자키 증류소에 다녀왔습니다

 

료칸 코모레비 - 석식 가이세키 ( 소고기 / 샤브샤브 플랜 ) / 조식 오반자이

 

안녕하세요, 김야꼬입니다. 일본 여행 후기 3편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원래는 3월에 한 편 올릴 계획이었지만, 야마자키 증류소 후기를 먼저 작성하느라 여행 후기 일정이 미뤄졌습니다. 거기에 몸살까지 겹쳐서 이제야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지난 편과 마찬가지로 여행 사진과 함께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이번 기록은 여행 이틀차에 대한 기록으로, 메인 이벤트가 많아서 그런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 날이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교토
눈이 내리는 교토

 

둘째 날 아침, 교토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눈이 상당히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아침에도 눈이 그나마 약하게 내려서 다행이라 싶었는데, 이후 다시 폭설이 쏟아져서 이동이 쉽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사진들은 예쁘게 나왔지만, 체력적으로 꽤 힘든 하루였습니다.

이날 일정은 먼저 야마자키 증류소 견학 투어를 다녀온 후, 오후에는 오고토온센 역으로 이동해 료칸 코모레비에서 온천을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이것 저것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구매

 

본격적으로 일정을 시작하기전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물건들을 샀습니다.

가그린은 테이스팅 전에 입안을 정리하려고 구매했습니다. 이날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시음을 많이 했는데, 덕분에 입안을 정리할때 유용했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서 기침이 나와서 목이 약간 좋지 않았는데, 이날 가그린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다음날 목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담배는 전에 이야기 드린 피아니시모인데, 이 제품은 조금 더 슬림하고 멘솔 특유의 시원함이 직관적인 제품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주로 윈스턴을 피웠지만, 입가심용으로 하나 구매했습니다.

분홍색 음료는 몬스터 에너지 파이프라인 펀치 입니다. 달콤하고 상큼한 열대과일 맛이 강렬해서 좋아하는 제품입니다. 원래 오리지널 몬스터를 패트병으로 마시곤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찾지 못해서 이걸로 대체했습니다. 사실 맛만 따지면 파이프라인 펀치를 더 좋아해서, 패트병으로 나오면 좋겠네요.

이번 여행 중 정말 맛있게 먹은 계란 샌드위치
이번 여행 중 정말 맛있게 먹은 계란 샌드위치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계란 샌드위치인데, 이번 여행 중 가장 많이 먹은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 계란 샌드위치입니다. 기억상 이번 여행을 하면서 4~5개는 먹었던거 같습니다.

예전에 친구가 계란 샌드위치를 엄청나게 극찬했던 기억이 있어서 작년부터 여행 때마다 챙겨 먹고 있는데, 정말 이유가 있더군요.

맛은 굉장히 심플하고 직관적인데, 무심한듯 담아져있는 계란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절묘하게 입안에서 느껴지며, 부드러운 빵과 만나 입안에서 엄청난 퍼포먼스가 느껴지더군요.

정말 심플하지만 맛은 컴팩트하게 꽉 찬 느낌이라 정말 맛있습니다. 사진을 보니 또 먹고 싶어지네요.

조금은 이른 점심 교토 거리
조금은 이른 점심 교토 거리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난 뒤, 전날 시간이 부족해 둘러보지 못한 거리를 걷기로 했습니다.

또한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문제는 증류소 투어 예약 시간이 점심 무렵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조금 이른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침과 점심사이의 애매한 시간이었던 탓에 대부분의 식당과 상점이 영업을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가볍게 거리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웬디스의 퍼스트 키친

 

거리를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코너쪽에 마침 웬디스 버거가 있었습니다.

웬디스는 현재 미국에서 꽤 인기가 많은 브랜드인데, 재치 있는 마케팅으로도 유명합니다. 국내에는 매장이 없어서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보여서 점심 메뉴로 결정했습니다.

 

여담으로, 일본 웬디스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았는데. 일본에서는 웬디스가 한때 사라졌다가 퍼스트 키친과 협업하면서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일본 매장들은 웬디스 퍼스트 키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파파이스가 재작년에 다시 돌아온 것이 떠오르네요. 역시 한 번 사라지면 더 그리워지는 게 사람 심리인가 봅니다.

웬디스 퍼스트 키친의 키오스크
웬디스 퍼스트 키친의 키오스크

 

웬디스 퍼스트 키친의 키오스크입니다.

메뉴가 생각보다 다양해서 전부 찍지는 못했지만, 비프 버거와 치킨 버거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 한정 메뉴가 꽤 많았는데,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는 제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래도 나라별로 선호하는 맛이 다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메뉴를 먹을지 고민하다가, 아까 계란 샌드위치를 먹은 터라 가볍게 먹고 싶었습니다. 마침 비프 베이컨 에그 버거가 보여서 주문했는데, 재료 구성상 맥도날드의 맥머핀과 비슷해 보여서 비교적 라이트할 것 같았습니다.

웬디스의 퍼스트 키친 매장 내부
웬디스의 퍼스트 키친 매장 내부

 

주문을 하고 잠시 매장을 둘러보니, 좌석은 가볍게 앉아서 식사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다소 협소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간이 꽤 넉넉한 편이었습니다.

메뉴를 주문하면 작은 플래카드를 하나 주는데,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직원분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줍니다.

보통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셀프로 음식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웬디스는 특이하게 서빙해 주는 방식이더군요. 일본 웬디스만의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꽤 만족스러운 서비스였습니다.

주문한 웬디스 햄버거

 

주문한 웬디스 버거가 나왔습니다. 왼쪽은 제가 주문한 치즈 베이컨 에그 버거, 오른쪽은 친구가 주문한 치킨 버거입니다.

비프 버거의 경우 패티가 얇은 편이었는데, 평소라면 조금 아쉬웠겠지만 가볍게 먹기에는 괜찮았습니다. 맛은 패티의 육향과 후추의 풍미가 꽤 강하게 느껴졌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친구가 주문한 치킨 버거도 한입 먹어봤는데, 맥치킨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국내에는 맘스터치라는 강력한 치킨버거가 있어서 그런지 다소 평범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간식처럼 먹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맛의 방향성도 괜찮았고요. 다만, 식사로 하기에는 양이 다소 적게 느껴졌는데, 아마도 일본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모든 일본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행 중에 느낀 바로는 일본에서 식사를 주문하면 국내보다 양이 적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한국보다 조금 덜 먹는 식문화가 반영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꽤 많아진 가와라마치 거리

 

웬디스에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한 뒤, 가와라마치 거리를 지나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작년 교토 여행 때도 이 역을 이용했는데, 그때의 가족여행이 문득문득 떠오르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나니 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상점가들도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고, 거리에 사람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이날이 주말이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다들 어디론가 놀러 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거리에서 사람들을 많이 봐서, 혹시 열차 안도 붐비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잘못하면 서서 이동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게다가 캐리어까지 함께 들고 가는 상황이라, 앉을 자리가 없다면 꽤 피곤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여행에서는 체력 관리가 정말 중요한데, 이동 중 잠깐이라도 쉴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되니깐요.

생각보다 한적했던 지하철
생각보다 한적했던 지하철

 

다행이게도 막상 지하철을 타고 보니, 거리에서 봤던 인파에 비해 열차는 꽤 한적했습니다. 알고 보니 다들 어디론가 떠나는 게 아니라 교토 자체를 여행하러 온 관광객으로 생각됩니다.

교토가 관광지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현지인들도 주말이면 이곳으로 놀러 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덕분에 지하철은 한산하였고, 이동 중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엔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열차를 타면 풍경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데, 사람이 많으면 괜히 “나 관광객이에요!! 이예에에~ 호우!!!!” 하는 느낌이 들기도하고, 그러다 보니 부끄러움에 괜히 눈치도 보여서 사진도 덜 찍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이날은 열차 안이 꽤 한적해서, 그런 부담이 덜했습니다. 마음 편하게 사진도 찍고, 여행 분위기도 조금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하

지하철 풍경
지하철 풍경

 

이번에도 지하철을 타면서 풍경을 찍었습니다. 교토에서는 눈구름이 조금 있어서 어두웠는데, 지하철을 타고 조금 이동하니 날씨가 꽤 맑아지더군요. 드디어 눈에서 해방이 되나 싶었지만, 야마자키 증류소 일정이 끝나고 한번 더 고통받게 됩니다. 으윽.

 

아,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서 찍은 철창 너머의 푸른 하늘 사진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의 메인 타이틀 이미지로 걸어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은 눈앞에 펼쳐져도 자연스럽게 잘 찍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순간의 구도와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제일 잘 나온 사진은 글 맨 위에 오프닝으로 배치했고, 창이 약간 비친 다른 사진은 이 구간에 자연스럽게 넣어보았습니다.

 

지하철 창문으로 보는 일본 풍경
지하철 창문으로 보는 일본 풍경

 

이번에도 열차 풍경을 GIF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국내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건물이 낮고, 이동 경로가 도시 외곽으로 향하다 보니 더욱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군요.

오야마자키역 도착
오야마자키역 도착

 

지하철 안에서는 친구와 함께 야마자키 증류소에 대한 기대감에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고 오야마자키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일정이었던 만큼, 둘 다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부푼 대화를 이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도착했을 땐 눈구름 녀석이 따라오지(?) 않아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주변 풍경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그동안 눈 때문에 계속 고생했던 터라, 유난히 더 맑은 하늘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말 그대로 해방감을 제대로 맛봤습니다.

시골스러운 느낌이 뿜뿜 풍겨지는 오야마자키역
시골스러운 느낌이 뿜뿜 풍겨지는 오야마자키역

 

오야마자키역에 도착하니, 전반적으로 시골스러운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방문했던 나고야 외곽의 시골 마을이 자연스레 떠오르면서,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이 느낌은 앞서 기록한 야마자키 증류소 편에서도 살짝 언급했었죠.

이날은 비교적 여유롭게 도착하긴 했지만, 여행이라는 게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일정을 항상 조금 여유 있게 잡는 편이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서 증류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미리미리 움직이기로 했고, 덕분에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오야마자키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시간 여유가 아주 많진 않다 보니 간단히 스쳐 지나가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다른 증류소 투어를 하게 된다면, 그 주변 지역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조금 더 넉넉한 일정을 짜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로를 지나 야마자키 증류소로

 

약 10분 정도 여유롭게 걸어가니, 넓게 펼쳐진 철로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바로 이날의 목적지이자 하이라이트인, 야마자키 증류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앞서 야마자키 증류소 기록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오랜만에 철도 위를 건너갈때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철도를 건너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그 짧은 순간이지만, 조금은 더 특별하고 로망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증류소에 간다는 들뜬 마음이 더 반영되어서 그런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거라 생각이 듭니다.

정말 감명 깊었던 야마자키 증류소 견학 투어
정말 감명 깊었던 야마자키 증류소 견학 투어

 

야마자키 증류소에 도착한 뒤, 정말 즐겁게 견학을 하고 야마자키 위스키 테이스팅도 마음껏 즐겼습니다.

증류소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별도의 글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정말 분량이 어마어마하군요. 이번에 증류소를 다녀오면서 경험했던 모든 순간들이 제게는 매우 값진 경험이었고, 그걸 다시 글로 정리하며 기록하는 과정도 마치 또 한 번 투어를 다녀온 듯한 느낌이라 무척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견학 자체도 굉장히 소중했지만, 그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 제게는 훨씬 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하나의 글에 이렇게 몰두해서 작업한 건 처음이기도 하고, 그때 느꼈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최대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하며 써 내려갔습니다.

 

도중에는 '이건 나를 위한 글인가, 아니면 독자를 위한 글인가'를 놓고도 꽤 오랫동안 생각했었고요. 결국 완성하고 나서 보니 방대한 분량이 되어버렸지만, 제겐 아주 만족스러운 기록이었습니다. 하하.

여러모로 현장에서의 경험도 좋았지만, 그걸 다시 되짚으며 기록한 이 시간이 더욱 깊은 고민과 배움의 과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군요.

야마자키 증류소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에 기록한 글을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후기에 함께 적기에는 분량도 많고, 깊이 있게 다루고 싶어서 따로 나눠 두었습니다.

사진은 멋지지만 전혀 멋지지 않았던 상황
사진은 멋지지만 전혀 멋지지 않았던 상황

 

즐거웠던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가 끝나고, 다음 일정인 료칸 ‘코모레비’로 향하기 위해 아까 건너왔던 철로를 다시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기차 한 대가 철로 위에 정차해 있길래, 멋진 순간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눈 내리는 철로 위에 멈춰선 기차. 처음엔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었고, 여행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멋진 풍경이라 감상에 푹 빠졌었습니다만.. 이 멋진 감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듣지 못했지만, 선로에 문제가 생긴 듯 기차가 정차한 상태로 무려 20분 넘게 움직이지 않더군요. 처음엔 ‘보기 힘든 장면이네’ 하며 감탄하고 있었지만, 5분 정도 지나니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10분이 넘어서면서 눈이 마구 쏟아지고 피로감이 급격히 몰려오면서 정말 체력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바로 직전에 여러잔의 위스키 테이스팅까지 했으니, 몸에서는 “지금 뭐하는거냐!”고 항의가 빗발치는 느낌이었죠. 하하. 결국 기차가 출발했을 땐 거의 기진맥진 상태였습니다.

날씨만 조금만 좋았어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었을 텐데, 이때만큼은 정말 이번 여행에서 가장 피곤하고 힘들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다행히도, 이 다음 일정은 몸을 녹일 수 있는 온천이었기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고, 그 순간부터는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상상만 하며 꿋꿋이 참아냈습니다.

야마자키역에서 마신 재미있는 음료

 

거센 눈바람을 뚫고 야마자키역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증류소에 갈 때는 오야마자키역을 이용했지만, 다음 목적지인 오고토온센역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야마자키역을 거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기차 지연이 있었습니다. 선로 문제 때문인지 예정 시간보다 지연이 꽤 길어졌고, 추위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따뜻한 무언가가 간절해져서, 자연스레 자판기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자판기에서 조금 특이한 음료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게가 그려져있는 된장국인지 스프인지 알기 힘든 제품이었는데, 평소에 게를 좋아하기도 하고 된장국이든 스프든 추위를 견디기엔 이만한 것도 없겠다 싶어 하나 구입해 마셔보았습니다.

맛은 예상보다는 조금 다르게, 게살이 풍부하게 들어간 진한 국물보다는 야채 국물에 게향을 살짝 얹은 느낌이었습니다. 된장국처럼 깊은 맛을 기대했는데, 방향성은 조금 다르더군요. 그래도 게 특유의 향은 제법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다소 묘한 맛이었지만, 한 모금 넘겼을 때의 따뜻함 덕분에 순간적으로라도 피로가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추천까지는 어렵지만, 경험으로서의 인상은 꽤 강했습니다.

글을 적다 보니 문득 예전에 일본 여행 중 처음 자판기에서 생선이 통째로 들어간 스프를 본 기억이 마침 떠오르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게 스프 정도는 귀여운 측이 아닐지 생각이 듭니다.

오고토온센역
오고토온센역

 

야마자키역에서 약 4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이날 마지막 목적지인 오고토온센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때 시간이 저녁 6시 가까이 되어가다 보니, 주변은 이미 꽤 어둑해졌더군요.

오고토온센역은 일본 시가현 오쓰시에 위치한 온천 지역의 관문 같은 곳으로, 오고토 지역의 료칸들과 온천 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역 자체는 비교적 소박하고 조용한 분위기지만, 온천 마을 특유의 정취가 역에서부터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소박하면서 따듯한 오고토온센
소박하면서 따듯한 오고토온센

 

이 사진은 지하철에서 내려 오고토온센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역 앞 풍경에 이 동네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듯해서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곳은 도시의 세련됨보다는 오히려 조금 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인데, 굳이 표현하자면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정취’라고 해야 할까요? 바로 이런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열차에서 내려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날이 어둑해진 탓인지 하루가 저물어가는 마을의 모습이 괜스레 감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3년 전과 다름없는 온천 마을의 풍경이 반갑기도 했고, 짧은 3박 4일 여행 중 벌써 이틀째 밤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더군요. 그와 동시에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일정이었던 증류소 탐방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뿌듯함도 함께했습니다.

온천 예약 시간이 가까워져 길게 머물 수는 없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동네의 풍경을 바라보며 여러 감정을 곱씹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예약한 픽업 차량
예약한 픽업 차량

 

동네를 잠시 둘러본 뒤, 예약해두었던 픽업 차량을 탔습니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바닥에 받침대를 조심스레 놓아주셨는데, 아마도 온천을 찾는 고객 중에는 연세가 있으시거나 무릎이 불편한 분들이 많다 보니, 그런 점을 배려한 서비스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세심한 배려 하나하나가 늘 인상 깊게 다가오는데, 관광객 입장에서는 참 고맙게 느껴지는 부분이죠.

차량에는 유모토칸(湯元舘)의 로고가 붙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숙박한 료칸 코모레비(木もれび)와 협력 관계에 있더군요. 유모토칸은 오고토 온천 마을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고급 료칸으로, 시설도 훌륭하고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격대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꽤 상당합니다.

이번에 제가 머문 료칸 코모레비는 유모토칸에 비해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숙박 시설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느껴지긴 합니다만, 코모레비에 묵는 고객들도 약간의 금액을 지불하면 유모토칸의 온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상당히 가성비있게 고급 온천을 즐길수 있습니다. 3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도 인상 깊었던 부분인데, 이번에도 변함없이 이용할 수 있어서 반가웠고, 여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식사 부분을 주로 다루긴 하였으나, 료칸 코모레비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에 기록한 료칸 코모레비편을 읽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정갈하면서 화려한 유모토칸의 로비
정갈하면서 화려한 유모토칸의 로비

 

픽업 차량을 타고 약 5분 정도 이동하면 먼저 료칸 유모토칸에 도착하게 됩니다. 코모레비는 유모토칸보다 조금 더 위쪽에 위치해 있어, 유모토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코모레비 건물로 이어집니다.

유모토칸은 확실히 가격대가 있는 만큼, 로비와 공용 공간의 인테리어가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온천 여관 특유의 정서가 잘 녹아 있어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라 느껴졌습니다.

다만 그만큼 가격 차이도 확실한데, 코모레비에 비해 2배에서 많게는 3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경우도 있어서 조금 곤란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만큼의 여행비를 아껴서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평소에 쉽게 마시기 어려운 위스키 한 잔을 더 즐기는 쪽이 만족도가 높더군요. 하하.

료칸 코모레비 침실
아늑했던 료칸 코모레비 침실

 

이번에 묵었던 방입니다. 기준은 2인실이며, 인원이 늘어나면 그에 맞게 더 넓은 방을 배정해 주시는 방식입니다. 사진에는 방이 조금 작게 나온 감이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공간이 꽤 넉넉한 편입니다. 아마 이불 크기가 커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방 인테리어는 전통적인 온천 여관답게 다다미방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다다미 특유의 촉감과 향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일본적인 분위기를 한껏 체감할 수 있었고, 그런 점이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습니다. 다만 이런 스타일은 여행 중에 잠깐 지내기엔 괜찮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무래도 관리가 쉽진 않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침대가 있는 타입의 방도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평소 집에서도 이불을 깔고 자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별다른 불편은 없었습니다. 나름 단점이라면 이불이 엄청나게 푹신해서 잠잘 때 살짝 어색하더군요. 물론, 그것도 잠시였고 누적된 피곤 때문에 바로 꿀잠을 자버렸지만요.

사진 기준으로 뒤편에는 화장실과 세면대, 장롱, 그리고 옷장이 이어지는데, 프레임에 전부 담기엔 다소 애매해서 간단하게 뉘앙스만 전달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었습니다.

온천으로 가는길

 

방에서 환복을 마친 뒤, 가이세키 코스를 맛있게 즐기고 본격적으로 온천을 즐기러 향했습니다. 온천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따로 찍지는 못했고, 대신 가는 길만 간단히 담아두었습니다. 다만 날씨가 너무 추웠던 탓에 촬영을 서두르다가 사진이 살짝 흔들려 버렸습니다. 이런.

이때는 마침 눈이 잠시 그친 상태였는데,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쯤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강하게 몰아치던 눈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는데, 신기하게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 맞는 눈은 또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운치 있다고 해야 할까요,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시 상황에 따라 감정의 결이 달라지나 봅니다.

오랜만에 온천에 몸을 푹 담그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몸이 나른해지면서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랄까요. 어렸을 땐 아버지를 따라 목욕탕을 자주 다니며 탕에 몸을 담그곤 했는데, 나이를 먹고 나서는 대부분 샤워로 마무리하다 보니 이런 경험이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요즘도 대중목욕탕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겠지만, 몸을 그렇게 뜨겁게 지지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연스레 발길이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정말 시원했던 펩시 생콜라
정말 시원했던 펩시 생콜라

 

온천에서 충분히 피로를 풀고 난 뒤, 자판기에서 펩시 생콜라를 한 잔 마셨습니다. 이 생콜라는 단순한 청량감을 넘어서, 생맥주처럼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첫 맛에서부터 묘하게 생맥주가 떠오르는 깔끔함이 있어, 마시면서도 계속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온천에서 땀을 잔뜩 흘리고 막 나왔을 타이밍에 처음 마신 음료가 이 생콜라였던 터라, 체감상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마시자마자 입에서 저절로 “와, 이건 물건이네”라는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였죠.

그날 이후로 여행 기간 내내 이 생콜라 맛에 푹 빠져 여러 번 사 마셨습니다. 온천 직후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꽤 맛있었고, 다음에 일본에 다시 오게 된다면 아마 또 자연스럽게 손이 갈 음료가 될 것 같습니다.

 

생콜라를 마신 뒤, 방에 돌아와 친구와 함께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나누며 이날 다녀온 야마자키 증류소와 온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루 종일 이동하고 체험하느라 몸은 꽤나 지쳐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오히려 에너지가 충만했던 시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즐거웠던 2일차
정말 소중했던 여행 2일차

 

일본 여행 2일 차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기록은 비교적 한 번에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깊게 다루고 싶었던 부분들을 따로 분리해 정리해두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 일정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하루였습니다. 커다란 메인 이벤트가 두 개나 있었던 날이라, 그만큼 유독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지 어느덧 두 달 정도가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입니다. 그만큼 저에게는 소중한 하루였고, 지금까지의 여행 경험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그 기억들을 되살리며 글을 정리하는 과정도 저에게는 또 하나의 여행처럼 느껴졌습니다. 다시 한번 그 여운을 음미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여행 3일 차의 이야기를 기록해볼 예정입니다. 아마도 5월쯤에는 3일 차와 4일 차를 함께 정리하면서 일본 여행 기록을 마무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행 본편에 앞서, 이번에도 야마자키 증류소나 료칸 코모레비처럼, 들렀던 식당 두 곳의 리뷰를 먼저 올릴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기록을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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