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tory

일본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 4 ( 2025년 2월 7일 ~ 10일 교토 / 오사카 )

김야꼬 2025. 5. 3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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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9일 코모레비에서 아침
2025년 2월 9일 코모레비에서 아침

* 가격과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작성자의 경험과 취향이 섞여 있습니다.
* 긍정적인 리뷰를 지향하고, 부정적인 리뷰는 지양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야꼬입니다. 오랜만에 일본 여행 후기, 그 네 번째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이 예상보다 훨씬 밀도 있게 흘러가다 보니, 후기 역시 길어지고 있습니다.

원래는 이번 달 중으로 5편까지 작성해 여행 후기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여러 일들로 인해 일정이 다소 지연되었습니다. 요즘 부쩍 자주 “늦어졌습니다”라는 말로 후기를 시작하는 느낌인데, 실제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하하.

이번 4편 역시 처음에는 금방 마무리할 수 있겠거니 했지만,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들여다보니 3일 차 일정도 꽤 알차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생각대로라면 2일 차가 가장 중심이 되는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3일 차 또한 결코 가볍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그래서 3일차 이야기를 4편과 5편으로 나누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흐름이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결국 한 편에 꾹꾹 넣어 담기로 결정했습니다. 조금 분량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여러 장면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여행 후기 네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일본 여행 시리즈 2025 ( 교토 / 오사카 2/7 ~ 2/10 )

 

일본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 1 ( 2025년 2월 7일 ~ 10일 교토 / 오사카 )

 

일본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 2 ( 2025년 2월 7일 ~ 10일 교토 / 오사카 )

 

일본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 3 ( 2025년 2월 7일 ~ 10일 교토 / 오사카 )

 

야마모토 멘조우 - 야사이 텐노 자루 우동 / 토리 사사미 텐노 자루 우동

 

야마자키 증류소에 다녀왔습니다

 

료칸 코모레비 - 석식 가이세키 ( 소고기 / 샤브샤브 플랜 ) / 조식 오반자이

일어나서 생콜라와 담배를
일어나서 생콜라와 담배를

 

이날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전날 마신 생콜라 한 캔을 꺼내 들고 담배를 한 대 태웠습니다. 흡연자라면 아침에 피우는 담배 한 대의 의미를 아마 잘 아실 겁니다. 생각해보면 담배를 피운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이른 아침 첫 담배의 느낌은 여전히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저는 보통 담배를 피울 때 음료를 곁들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커피가 가장 잘 어울리긴 하지만 간혹 탄산음료와의 조합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전날 마신 생콜라의 맛이 인상 깊었는지, 아침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더군요.

아침부터 탄산음료와 담배를 함께하는 건 몸에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걸 잘 알지만, 이 조합에서 오는 짧은 짜릿함은 좀처럼 쉽게 놓기 어렵습니다. 물론, 건강을 생각하면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그 아침의 공기와 함께하는 그 순간은, 늘 언제나 각별합니다.

조식으로 먹은 오반자이말린 청어
조식으로 먹은 오반자이

 

담배 한 대로 어느 정도 잠이 깬 뒤,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평소에는 아침을 잘 챙겨 먹지 않지만, 코모레비의 조식은 예전에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 조식 또한 빼먹지않고 챙겨먹으러 갔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석식보다 훨씬 라이트한 편이었는데, 오히려 그 점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날 술을 마신 뒤 맞는 아침이라서 그런, 이 정도의 가벼움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속을 편하게 해주면서도 입맛을 돋워주는 구성이었습니다.

코모레비에서의 조식과 석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예전에 따로 기록해 둔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난히 맑았던 코모레비에서의 아침
유난히 맑았던 코모레비에서의 아침

 

기분 좋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체크아웃 전 마지막으로 온천을 한 번 더 즐기러 갔습니다. 온천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천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찍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전날 저녁에 즐겼던 온천은 실내안에 야외 처럼 꾸며진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옥상에 마련된 노천탕이었습니다.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경험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특히 이날 아침은 여행 기간 중 가장 맑고 화창한 날씨였는데, 그 덕분에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온천 마을의 경치가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저녁 온천이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면, 아침 온천은 시원하게 펼쳐진 전경 덕분에 개방감이 정말 엄청났습니다.

안녕, 코모레비코모레비 간판
다음에 또 올게요!

 

아침 온천으로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정리한 뒤,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 출발 전에 마지막으로 기념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지난 방문 때도 편안하게 쉬다 갔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직원분들은 늘 친절했고, 시설도 깔끔했으며 식사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서 늘 좋은 인상을 받고 갑니다.

언젠가 다시 교토를 여행하게 된다면, 온천을 즐기기 위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입니다. 정말 잘 쉬었다 갑니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한장
기차를 기다리면서 한장

 

코모레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오고토온센 역에 도착한 뒤, 기차를 기다리며 한 장 찍었습니다. 교토 일정은 코모레비 온천 여관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고, 이후 일정은 오사카에서 이어지게 됩니다.

기차를 기다리며 이틀간의 교토 여행을 잠시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교토는 늘 일본의 옛 문화를 경험하는 도시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이번엔 취미 활동 중심의 일정이 많았던 만큼 조금은 색다른 기억으로 남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라면, 야마자키 증류소 방문과 위스키 바에서의 시간이었는데요. 돌이켜 보니 둘 다 위스키와 관련된 기억이네요. 하하. 남이 보면 알코올에 절여진 줄 알까 걱정이지만, 뭐 즐거웠으니 된 거겠죠.

안녕, 교토
안녕, 교토

 

기다리던 기차를 타고,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오사카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도 지난 후기처럼 열차 밖 풍경을 GIF로 남겨보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 위주로 기록을 많이 남겼지만, GIF를 만들면서 다음에는 영상도 함께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도 물론 좋지만, 움직이는 장면이 주는 생생함은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정적인 기록 사이에 이런 장면이 들어가면 흐름도 한층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다음 여행에는 꼭 잊지 말고 영상도 자주 남겨봐야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교토. : )

우메다역
우메다역

 

오고토온센에서 약 한 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오사카 우메다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3일 차 일정은 도톤보리 쪽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원래 목적지는 난바였지만, 오고토온센역에서 난바까지 바로 가는 노선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중간에 우메다역에서 내려 환승하는 방식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쉽게도 우메다역에 도착했을 때 사진은 지금 올린 이 한 장뿐입니다. 이 시점부터 일정이 꽤 빠듯하게 흘러가서 여유가 없었던 게 이유인데, 도톤보리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야마토 운수점을 찾아가 무카와에서 주문해둔 위스키를 수령해야 했고, 그 이후에는 숙소에 들러 짐을 잠깐 내려놓고 점심 예약을 한 식당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우메다역 자체에서 큰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인상 깊었던 점은 사람의 밀도였습니다. 공항을 제외하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은 인파를 본 곳이 우메다였고, 환승 구간으로도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도톤보리 1도톤보리 2도톤보리 3도톤보리 4
도톤보리

 

우메다역에서 약 15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난바역에 도착한 뒤, 도보로 5분가량 이동해 도톤보리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도톤보리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유난히 흐렸는데, 이번 여행 전체를 돌아봐도 날씨가 맑았던 때가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예전에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는 비가 자주 내려서 일정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1~2일차에 눈 때문에 고생한 것을 제외하면 비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비까지 더해졌다면 꽤 힘든 일정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톤보리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야마토 운수점’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주문한 위스키를 픽업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날 제가 수령한 위스키는 블랑톤 SFTB 였습니다. 저번 가족여행 때도 한 병 구입해 만족스러웠던 제품이라, 이번에도 다시 구매했습니다.

아쉽게도 위스키를 픽업하는 장면 또한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면, 야마토 운수점을 통해 위스키를 픽업하는 과정을 따로 기록해보고 싶습니다.

 

참고로 야마토 운수의 로고가 꽤 귀여운데,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뒷덜미를 물고 있는 모습이 꽤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고양이를 키워서 그런지 유독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군요. 하하.

3년전 여행에서도 신세를 졌던 미로 호텔
3년전 여행에서도 신세를 졌던 미로 호텔

 

야마토 운수점에서 위스키를 수령한 뒤, 짐을 내려놓기 위해 숙소로 향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번에 예약한 숙소는 3년 전에 방문했던 곳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의도적으로 고른 건 아니었지만, 체크인 직후에야 예전 숙소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당시 친구들과 숙소를 정할때, 다다미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 숙소는 다다미방도 갖추고 있으며 도톤보리에서도 도보 거리라 조건이 꽤 괜찮았습니다. 고급 호텔에 비하면 시설이 다소 부족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갖추고 있었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접객하시는 직원분이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셨던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거기다 그때 숙박 당시에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는데, 카드키를 숙소에 두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문을 열 수 없어 한동안 밖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몇 시간 후 직원분이 도착해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기억에 남아 이번 방문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그때 여행 동선도 3년전 여행과 비슷했습니다. 당시에도 코모레비에서 하루 묵은 후 다음날 이 숙소로 이동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면서 작은 우연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았던 카니도라쿠 - 간판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았던 카니도라쿠 - 게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았던 카니도라쿠 - 게 회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았던 카니도라쿠 - 솥밥
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았던 카니도라쿠

 

숙소에 짐을 맡기고 난 뒤, 점심 식사를 위해 시내로 향했습니다. 이날은 미리 예약을 해둔 곳이 있었는데, 바로 커다란 게 간판이 인상적인 게 요리 전문점 '카니도라쿠'입니다.

오사카에 처음 방문했던 건 20대 초반 무렵이었는데, 그때도 도톤보리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게 간판이 궁금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산물, 특히 갑각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한 번쯤은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게 요리'를 즐긴다는 건 가격대 부담이 있는 편이기도 해서, 매번 궁금함만 남긴 채 지나쳤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여행에서는 친구가 한 번쯤은 가보자는 제안을 해주었고, 그 말을 듣고 가격대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특히 점심 코스로 구성된 메뉴들이 꽤 알차 보여, 바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게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히 만족할만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점심 코스는 가격도 합리적이고, 음식 하나하나가 정갈하게 나와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했습니다. 그날 먹은 메뉴 중에서는 게 솥밥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이 솥밥 하나만을 위해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정돈된 분위기와 세심한 접객 서비스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기분 좋은 식사 경험이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카니도라쿠에 대한 자세한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따로 기록해 둔 카니도라쿠 도톤보리 본관 리뷰 편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북적이는 오사카 도톤보리 -1북적이는 오사카 도톤보리 -2북적이는 오사카 도톤보리 -3북적이는 오사카 도톤보리 -4
북적이는 오사카 도톤보리

 

카니도라쿠에서 즐겁게 식사를 마친 뒤, 도톤보리 시내와 신사이바시 시장가를 잠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날 시내와 시장가를 둘러보며 목표로 삼은 건 지인들에게 줄 선물과 간단한 기념품을 미리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나고야 여행 때는 일정 말미에 선물을 고르느라 꽤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시간이 여유로울 때 미리 챙기자는 생각으로 움직였습니다.

도톤보리 시내는 여전히 북적였고, 예전에 20대 초반에 방문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습니다. 그때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를 이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일본 현지 여행객들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 3년간 오사카가 더 대중적인 여행지로 자리 잡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오사카는 음식 가격도 가성비가 좋고, 구경할 곳도 많다 보니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도시라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인파에 휩쓸릴 정도로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활기찬 분위기 속을 걷다 보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갈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이 정도의 번잡함은 오히려 반가운 기분이었습니다.

동전 파스와 산테 PC 안약
동전 파스와 산테 PC 안약

 

상점가를 둘러보다가 드럭스토어를 발견해서, 동전 파스 78매짜리와 산테 PC 안약을 각각 한 개씩 구매했습니다. 동전 파스 78매는 545엔, 산테 PC 안약은 598엔 입니다. 동전 파스는 어머니께서 평소에 잘 쓰시는 제품이고, 산테 PC는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안약이라 매번 일본에 오면 챙겨가는 편입니다.

 

정확한 효능은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 말씀으로는 예전부터 효과가 괜찮다고 하셨고, 지난번에는 78매와 156매짜리를 함께 사드렸는데, 156매는 사이즈가 작아서 효과가 애매하다고 하셨습니다. 손가락 같은 좁은 부위에는 괜찮았다고 하더군요.

 

산테 PC 안약은 눈이 굉장히 시원한 느낌이 든다고 해서 인기가 많은 제품인데, 지난번 여행에서는 구하기가 의외로 힘들었습니다.그때는 시내에서 찾지 못하고 고생하다가, 마지막에 공항에서 선물용으로 판매하는 걸 보고 좀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공항에서 구매할까도 고민을 하긴 했지만, 혹시나 공항에서 구매하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시내에서 구매해 두었습니다. 선물로 챙기는 물건이다 보니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역시 마음이 편하더군요.

다카시마야 백화점1다카시마야 백화점 거리
다카시마야 백화점

 

도톤보리 시내에서 선물을 얼추 구매한 뒤, 여자 친구에게 줄 초콜릿을 사기 위해 다카시마야 백화점 쪽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발렌타인데이가 가까워지던 시기였고, 여자 친구가 일본 여행 선물로 초콜릿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했기에 준비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에 도착했을 때도 날씨가 흐릿했는데, 건물 자체는 서양풍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그런지 일본이라는 분위기보다는 유럽 쪽 백화점에 온 느낌이 들더군요. 조금 낯설면서도 신선해서 몇 장 사진을 남겼습니다.

구매하려던 초콜릿은 모로조프라는 브랜드의 발렌타인 한정 제품이었습니다. 여우와 늑대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의 초콜릿이었는데, 케이스가 상당히 귀엽고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왜 이 제품을 골랐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매력적이었죠.

문제는 매장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모로조프가 다카시마야 백화점에 있는 줄 알고 갔는데, 실제 주소를 찾아보면 난카이난바 지하로도 나오고, 또 다른 지도에서는 백화점 이름으로도 표시되어 있어 혼란스러웠습니다.

결국 약 30분 가까이 매장을 헤매며 돌아다니다가,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습니다. 제가 여행 전에 저장해 둔 주소가 지나치게 생략돼 있었던 겁니다. 이전 일정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기에 대충 저장해 둬도 괜찮겠지 싶었는데, 지하 상가처럼 밀집된 지역에서는 이런 식의 준비가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짜증이 섞인 말투로 친구에게 말을 하게 되었는데, 친구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심하게 다툰 건 아니었지만, 잠깐 언성이 오간 뒤엔 제 잘못이라는 걸 바로 인정하고 분위기를 풀었습니다. 다행히 금방 정리되긴 했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꽤 오래 미안한 기분이 남았습니다.

평소에는 여행 사전 조사를 친구가 주로 맡아왔지만, 이번에는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제가 준비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실수가 생기고 나니 괜히 제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 감정이 자격지심처럼 스며들어 의도치 않게 행동으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결국 친구에게 괜한 말을 하게 된 건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다음 여행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좀 더 꼼꼼하게 준비하려 합니다. 일본을 자주 여행했기에 괜찮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점, 반성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난카이난바 지하에 위치한 모로조프
난카이난바 지하에 위치한 모로조프

 

주소를 자세히 확인한 끝에, 한참을 헤맨 끝에야 난카이난바 지하에 위치한 모로조프 매장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도 영업 중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에 구매하려고 했던 여우와 레몬 늑대를 모티브로 한 '노스탤지어 메모리 초콜릿'이 이미 품절된 상태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렌타인 시즌이기도 했고, 디자인도 워낙 잘 나왔던 터라 빠르게 완판되었다고 하더군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헤매며 도착했는데, 이런 결말을 맞으니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때 직원분께서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진행 중인 초콜릿 박람회를 알려주셨고, 혹시 거기 가보면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이미 시간은 꽤 흘렀지만, 다음 일정까지 여유가 있었고, 친구도 “여기까지 왔는데 끝을 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어, 마음을 가다듬고 다카시마야 백화점으로 향했습니다.

굉장히 북적이는 초콜릿 박람회장 -1굉장히 북적이는 초콜릿 박람회장 -2굉장히 북적이는 초콜릿 박람회장 -3굉장히 북적이는 초콜릿 박람회장 -4
굉장히 북적이는 초콜릿 박람회장

 

다카시마야 백화점에 도착하니, 7층 이벤트홀에서 초콜릿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처음 백화점에 도착했을 때도 이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땐 그냥 ‘박람회를 하나 보네’ 정도로만 지나쳤습니다.

여행 중에 박람회장을 찾게 될 줄은 몰랐는데, 더군다나 초콜릿 박람회를 남자 둘이 함께 들르게 되니 묘한 기분도 들더군요.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어마어마한 인파에 놀라 모든 생각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둘러보며 목표로 하던 초콜릿만 구입하고 나올 생각이었지만, 실제 박람회장은 그런 여유로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각자의 부스에서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초콜릿을 고르고 줄을 서 있었습니다.

발렌타인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감안해도, 이 정도의 열기일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한 행사장이 관람이 아닌, 정말 치열한 초콜릿 전쟁터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였는데.. 여러모로 참, 강렬한 인상이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목표로 구매하려고 했던 노스탤지어 메모리 초콜릿
목표로 구매하려고 했던 노스탤지어 메모리 초콜릿

 

수많은 인파를 지나 드디어 목표였던 모로조프 부스를 찾았습니다. 박람회 규모가 꽤 컸던 것도 있지만, 모로조프가 예상보다 꽤 구석에 위치해 있어서 찾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막상 부스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인기가 없는 브랜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건 오산이었습니다.

사람이 없었던 이유는, 제가 찾던 노스탤지어 메모리 초콜릿이 이곳에서도 이미 품절이었던 겁니다. 다른 제품들은 여유가 있었는데, 유독 이 제품만 완전히 빠져 있더군요. 아쉬움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아쉬운대로 구매한 여우와 레몬 스토리북 초콜릿

 

결국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제품이라도 살펴보자고 생각하며 구경을 하던 중 눈에 띄는 제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우와 레몬 스토리북 초콜릿이라는 이름의 제품인데, 책처럼 디자인된 독특한 케이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격은 처음 목표로 했던 제품보다 약간 높았지만, 초콜릿 양도 많았고 여자 친구가 책을 좋아하는 것도 생각나서 이걸로 결정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선물로 건넸을 때도 굉장히 좋아했고, 초콜릿 맛도 괜찮아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다만 실제로 봤던 노스탤지어 메모리 초콜릿의 케이스가 꽤 예뻤기에, 구매하지 못한 건 여전히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제품을 고르는 중 친구가 “다음 날 오픈런 한번 해보는 건 어때?”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충분히 신경 써준 친구에게 더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고, 저 역시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던지라 고개를 저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판단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미 여행 중 변수도 많았고, 무리하게 일정을 더 쓰기보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흐름을 따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신사이바시 상점가
다시 돌아온 신사이바시 상점가

 

초콜릿을 구매한 뒤 다시 신사이바시 상점가로 돌아와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선물이나 기념품은 구매한 상태였지만, 지난 여행에서도 상점가를 구경했던 기억이 좋았고, 이번 여행에서는 첫날 교토 상점가를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어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저녁 시간에 가까워지는 시점이라 인파가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상점가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여행 중 이런 거리 풍경을 천천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상점가를 둘러보면서 특히 눈길이 갔던 곳은 잡화점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가격대나 크기 면에서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부담이 적은 물건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군요. 여행이 끝자락에 가까워질수록 지갑과 가방의 여유를 생각하게 되다 보니, 더더욱 그런 쪽에 눈이 갔던 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고양이 컵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기묘한 장식품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고양이 컵과 기묘한 장식품

 

잡화점을 둘러보던 중, 몇 가지 흥미로운 물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먼저 하나는 고양이가 그려진 머그컵이었는데, 마침 고양이 관련 굿즈를 좋아하는 친구가 곧 생일이라, 함께 여행 온 친구가 선물용으로 구매했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장식품은 언뜻 보기엔 고양이처럼 생겼지만, 설명을 보니 고양이, 개, 그리고 팬더가 합쳐진 독특한 형태의 오브제였습니다. 볼수록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어머니가 이런 재미있는 소품을 좋아하시는 게 떠올라 하나 구매했습니다.

 

예상대로 오브제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는데, 바로 장식장 한칸에 자리를 차지 할 만큼 좋아하셨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꽤 높았습니다.

요술 지팡이같은 젓가락

 

이후에는 식기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에 들렀습니다. 마침 친구가 집에서 사용할 젓가락을 찾고 있었고, 저는 얼마 전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 젓가락 세트를 선물로 건넸습니다.

앞서 초콜릿 매장 관련 일정에서 생긴 작은 다툼이 마음에 남아 있었고, 아무리 사소한 오해였다 하더라도 찝찝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여행 내내 여러모로 도와주고 신경 써주는 친구였기에 그 미안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여담으로, 젓가락을 구경하던 중 마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완드처럼 생긴 독특한 디자인의 젓가락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장난삼아 포즈를 취해준 게 재미있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다만, 식사용으로 쓰기엔 꽤 난해할 듯한 생김새였습니다. 하하.

레트로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밤거리
레트로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밤거리

 

상점가 구경을 마치고, 다음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상점가를 빠져나오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남색빛으로 물든 저녁 하늘 아래 일본어가 적힌 간판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어쩐지 70~80년대 일본의 밤거리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국내의 도시 풍경과는 분명히 결이 다른, 특유의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예전 오사카 여행에서도 이 레트로한 분위기가 인상 깊어서, 그때는 밤거리를 중심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레트로 감성을 참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 속에서 느껴지는 노스텔지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따뜻함이랄까요. 그래서 평소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레트로 음악이나 영상을 자주 찾아보곤 합니다.

이번에 찍은 이 사진도 그런 감성을 담고 있어서인지, 어두워지는 도시의 모습임에도 묘하게 따뜻하고 포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용히 마음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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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모리마치역 근처에 위치한 위스키 바이알 샵 ‘B.BREEZE’

 

다음 일정은 미나미모리마치역 근처에 위치한 위스키 바이알 샵 ‘B.BREEZE’ 방문이었습니다. 오사카 일정을 계획하던 중 괜찮은 위스키 바를 찾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인데, 온라인 후기를 보니 보틀 라인업과 가격 구성이 매력적으로 소개되어 있어 자연스레 관심이 갔습니다.

이곳을 여행 일정에 넣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보틀 라인업 외에도 현장 시음과 바이알 포장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현장에서 일부만 시음하고 나머지는 바이알로 챙겨와 나중에 천천히 즐길 수 있다는 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위스키 시음 장소로 ‘B.BREEZE’를 선택했고, 여행 약 한 달 전쯤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약을 했습니다. 예약 후에는 혹시 사진 촬영이 가능한지도 여쭤봤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덕분에 리뷰용 사진도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공간의 분위기부터 응대, 테이스팅 구성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위스키를 좋아하신다면 오사카 여행 중 한 번쯤 꼭 들러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위스키 바이알 샵 ‘B.BREEZE’에서 테이스팅 1위스키 바이알 샵 ‘B.BREEZE’에서 테이스팅 2
위스키 바이알 샵 ‘B.BREEZE’에서 테이스팅

 

B.BREEZE에 처음 입장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인상은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대략 원룸보다 약간 큰 정도의 규모였는데, 일반적인 리커샵을 떠올리면 다소 작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벽면 가득 정리된 보틀들을 보고,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일단은 보틀 구경에 푹 빠졌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보틀 리스트를 확인하긴 했지만, 현장에는 리스트에 없던 제품들도 있었고, 놓치기 아까운 위스키들도 여럿 보여서 더욱 흥미롭게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테이스팅은 바 형식이 아닌,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즐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체적인 공간도 마치 누군가의 집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일상 속 한켠에서 위스키를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인지 은근히 ‘비밀 아지트’ 같은 분위기도 느껴졌습니다.

시음 중에는 주인분과 짧게 스몰토킹도 나눴는데, 전날 야마자키 증류소를 다녀온 터라 야마자키 위스키와 미즈나라 캐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제가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탓에 친구가 통역을 도와주었고, 그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직접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움이 더욱 느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주인분의 응대가 무척 따뜻하고 친절했기 때문일 겁니다. 덕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편안하게, 그리고 즐겁게 위스키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날 구매한 위스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으로는 SMWS 부나하벤, 칸 모어 보모어, 조니워커 레드 올드 바틀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칸 모어 보모어와 SMWS 부나하벤은 얼마 전 리뷰를 업로드했으며, 조니워커 레드 올드 바틀 역시 조만간 테이스팅 노트로 소개할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밤
여행의 마지막 밤

 

B.BREEZE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도톤보리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때가 대략 밤 9시쯤이었는데, 여행의 마지막 밤이기도 해서 마무리는 꼬치구이에 맥주 한잔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정을 그렇게 잡았습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야경이 펼쳐졌습니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선술집 간판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있었고, 그 풍경이 ‘일본의 밤’이라는 느낌을 진하게 전해주더군요. 무엇보다 이날이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기에, 이 골목의 조용한 분위기와 은은한 조명이 주는 감성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서 기록했던 레트로한 느낌의 밤거리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사진이 3일차 기록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록의 메인 사진으로 이 사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미즈카케차야미즈카케차야 2풋콩맥주소스 야키토리꼬치구이새우구이주먹밥구이옥수수 버터 구이연어 구이고등어 구이미즈카케차야 3
정말 즐거웠던 여행 마지막 밤 식사

 

여행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기 위해 찾은 식당은 ‘미즈카케차야’라는 이자카야입니다. 3일 차 일정을 정리하면서 괜찮은 꼬치구이 집이나 이자카야를 찾고 있었는데, 친구가 분위기 좋고 음식이 괜찮아 보이는 곳을 발견해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후기도 많고 사진으로 본 음식도 꽤 먹음직스러워 보여 기대감을 안고 들어섰습니다.

실제로 식사를 해보니 전반적인 만족도는 꽤 높았습니다. 다만, 위치가 오사카의 중심 관광지 쪽이다 보니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 여행객들이었고, 그래서인지 ‘로컬 식당’ 같은 느낌은 조금 덜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음식의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고, 안주 겸 식사로 즐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원래는 따로 Eating 카테고리로 리뷰를 작성하려 했지만, 몇 가지 이유로 이번 여행 후기에서 간단히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첫째는 이자카야 특성상 주변 손님들과의 거리가 가까워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둘째는 주문한 메뉴가 꽤 많아서 가격과 구성을 하나하나 정리하기엔 조금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던 만큼 카메라보다는 분위기에 집중하며 친구와 여유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번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들 중 상당수는 기록을 위한 목적도 있었기에, 100% 마음 편하게 즐겼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록의 과정 또한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밤만큼은 정말 아무런 부담 없이 라이트하게 즐기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자카야 분위기에 흠뻑 취해서 맥주를 마음 편히 잔뜩 마시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하하.

기억에 남는 메뉴는 큼지막한 새우구이, 고등어구이,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꼬치구이였습니다. 구운 음식에 생맥주의 조합은 언제나 옳죠. 특히 이번 여행 동안 생선구이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웠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제대로 즐길 수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밤
여행의 마지막 밤

 

미즈카케차야에서 즐거운 술자리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때가 대략 밤 10시 반쯤이었는데, 그 늦은 시간에도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활기 넘치는 오사카의 밤거리를 걷다 보니 자연스레 약간 센치한 기분에 젖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유독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더군요.

 

매번 오사카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도시 특유의 활기와 에너지 덕분에 저도 덩달아 힘을 얻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오사카는 늘 기억에 오래 남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떠나고 싶은 도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잭콕
생각보다 괜찮았던 잭콕

 

숙소에 도착한 뒤에는 전날처럼 친구와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술을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전날에는 들뜬 에너지로 꽤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는데, 이날은 다음날 귀국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한층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여행의 여운을 곱씹는 밤이었습니다.

마실 음료를 찾다 보니 편의점에서 잭콕이 눈에 띄어 한 캔 사봤습니다. 말 그대로 콜라에 잭다니엘이 섞인 맛이었는데, 생각보다 밸런스가 괜찮았습니다. 위스키의 향도 은근히 느껴졌고, 마무리용으로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타이트했던 여행 3일차
생각보다 굉장히 타이트했던 여행 3일차

 

이렇게 해서 3일차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정리하면서 다시 느낀 건데, 생각보다 이날도 꽤 타이트한 하루였더군요. 기억 속에서는 2일차가 가장 바빴고, 3일차는 비교적 여유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사진과 기록을 정리해보니 아니었습니다. 하하.

다음에 이어질 일본 여행 후기는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습니다. 원래는 5월 안에 마무리하는 게 목표였지만, 최근에 새 가족이 생기고, 여러 일이 겹치다 보니 조금 늦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음 일본 여행 마지막 후기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빠르게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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