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스팅에 정답은 없습니다.
* 작성자의 경험과 취향이 섞여 있습니다.
*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칩니다.
Name : 보모어 15년
Category : Single Malt
ABV : 43%
Distillery : Bowmore
Stated Age : 15 years old
국내 가격 : 123,000원 ~ 135,000원
* 2025년 04월 17일 기준
3줄 요약
- 데일리 셰리 피트 위스키로 상당히 괜찮습니다.
- 눅눅한 건포도와 장작 계열의 스모키한 피트의 조화가 인상적입니다.
- 보모어 다키스트의 정서를 깔끔하게 계승한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제품 소개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섬, 로흘루그브의 작은 만에 위치한 보모어(Bowmore) 증류소는 1779년에 설립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위스키 증류소 중 하나입니다. 18세기 후반부터 생산을 이어온 이곳은, 아일라 위스키의 전통적인 스모키함과, 보모어 고유의 균형 잡힌 스타일을 함께 품고 있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주목받아 왔습니다.
보모어의 위스키들은 흔히 ‘균형’이라는 단어로 설명되곤 합니다. 증류소가 위치한 지역 특유의 해풍, 해조류, 그리고 연기향이 공존하며, 이를 덮어주는 듯한 프루티한 아로마와 몰트 본연의 단맛은 보모어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왔습니다. 특히 이 증류소는 전통적인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 설비를 일부 유지하고 있으며, 증류소 바로 옆에는 오래된 No.1 볼트 숙성창고가 바닷물과 맞닿아 있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바다의 영향이 위스키의 풍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보모어 15년은 이 증류소의 라인업 중에서도 특히 셰리 캐스크 피니시를 강조한 제품입니다. 정확히는 대부분의 기간을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후, 마지막 3년 동안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로 마무리 숙성을 거치는 방식으로 완성됩니다. 이로 인해 셰리에서 비롯된 건포도, 대추, 캐러멜, 짙은 과일류의 달콤함이 아일라 피트와 연기향 위에 섬세하게 덧입혀지는 구조를 띄게 됩니다.
알코올 도수는 43%로 비교적 낮게 조정되어 있으며, 풍미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지향하는 설계가 느껴집니다. 고도수의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과는 달리, 보다 일상적인 테이블 위에 놓이도록 기획된 면이 강하며, 입문자와 애호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모어 15년은 특히 ‘다키스트(Darkest)’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으며, 과거에는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100% 숙성 제품으로 구성되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후 리뉴얼을 통해 현재는 피니시 방식으로 구조가 바뀌었고, 라벨 또한 ‘Darkest’라는 문구가 빠진 형태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셰리 특유의 중후한 캐릭터와 보모어 본연의 정체성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입니다.
Nose ( 향 )
- 건포도 , 은은한 딸기 , 약간의 해풍 , 꽃 , 은은한 백리향 , 캐러멜 , 은은한 한약재
처음에는 베리류의 달콤함이 먼저 느껴집니다. 특히 건포도의 눅진한 풍미가 강하게 다가오고, 그 뒤를 따라 은은한 딸기향이 포근하게 퍼집니다. 여기에 보모어 특유의 해풍을 닮은 짭조름한 바닷내음이 살짝 겹쳐지며,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는 첫 인상을 줍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향기 속에서 꽃의 화사함이 한층 살아나며, 허브의 잎사귀를 스치는 듯한 느낌이 은은히 퍼집니다. 특히 백리향을 떠올리게 하는 향긋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허브 노트가 기분 좋은 긴장을 만들어줍니다.
시음이 끝나갈 무렵엔 캐러멜의 묵직하고 진한 달콤함이 느껴지며, 마치 오래 끓인 한약재처럼 무거운 향이 바닥에서부터 올라옵니다. 동시에 꽃 향기도 더 짙고 화려해지며, 향의 층이 차분하게 쌓여 깊이 있는 아로마를 완성합니다.
Taste ( 맛 )
- 다크초콜릿 , 생강 , 건포도 , 약간의 물맛 , 맥아 , 생화
처음에는 다크초콜릿의 쌉쌀하고 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집니다. 초콜릿의 단맛이 마냥 부드럽기보단, 쌉쌀한 터치가 밸런스를 잡아주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맛의 농도는 다소 묽은 편이지만 즐기기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서 생강의 스파이시가 부드러우면서 따듯하게 퍼지는데, 여운을 즐길 즈음에 갑자기 튀어 오르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스파이시함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건포도의 꿉꿉한 단맛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여기에 마치 약간 물을 탄 듯한 느낌이 섞이면서 독특한 팔레트를 만들어줍니다. 이 느낌은 이전에 마신 보모어에서도 느꼈던 그 미묘한 느낌인데, 텍스쳐가 묽어서 그런지 유독 더 그런 느낌입니다.
시음이 끝나갈 무렵엔 맥아의 고소한 풍미가 드러나며, 생화를 씹었을 때 느껴지는 향긋함과 씁쓸함도 따라옵니다. 초반보다 달콤함은 줄어들지만, 맛의 균형감은 안정적으로 변한 느낌입니다.
텍스처는 전반적으로 묽고 가벼운 편이며, 생강의 스파이시함이 부드럽게 다가와 강하게 몰아치는 독특한 느낌입니다.
Finish ( 여운 )
- 훈제 , 캐러멜, 건포도 , 꽃 , 가죽 , 대추
처음에는 훈제 요리를 떠올리게 하는 강한 스모키함이 입안에서 느껴집니다. 시음 중엔 상대적으로 얌전했는데, 여운에서는 확 몰아치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강한 스모키속에서 캐러멜의 단맛과 건포도의 눅진한 풍미가 느껴지는데, 스모키에 묻히지 않을 정도로 꽤나 선명한 느낌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꽃의 화사한 향기가 고개를 들면서, 이전의 무거운 여운을 부드럽게 환기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운에 약간의 변주를 넣어주면서 지루함이 덜어지는 느낌입니다.
시음이 끝나갈 무렵엔 오래된 가죽에서 느껴질 법한 묵직한 향과 대추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한데 섞이며, 다시금 무게감 있는 여운이 연출됩니다. 그 와중에도 훈제향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어 마무리까지 따듯한 느낌을 연출해 줍니다.
여운의 길이는 중간 정도입니다. 훈제 계열의 강한 스모키함과 건포도와 가죽의 묵직한 향기가 주를 이루지만, 화사한 꽃 향기가 은은하게 남으면서 약간의 긴장을 풀어주는 듯합니다.
총평 및 후기
이번 제품은 보모어 15년 입니다.
지난번, 모리슨 보모어 다키스트를 시음한 이후 보모어 15년을 시음했습니다. 예전부터 보모어 다키스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종종 들어왔고, 현재 출시되고 있는 15년이 그 계보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했던 터라, 이번 기회에 한 번 확실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앞서 시음한 보모어 다키스트 15년 일본판까지 포함하면,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어느 정도 짚어볼 수 있을 듯했습니다. 먼 과거의 제품과 가까운 과거의 제품, 그리고 현행 버전을 통해 앞으로 보모어가 15년이라는 라인업을 어떤 식으로 다듬어가고 있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었고요.
실제로 마셔본 보모어 15년은, 과거의 다키스트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확고한 연속성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눅눅한 건포도, 장작 피트, 그리고 보모어 특유의 짠내를 머금은 해풍" 이 세 가지 요소는 여전히 이 위스키의 주된 골격을 이루고 있었고, 이는 다키스트가 걸어온 방향성을 정제된 형태로 계승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음향적인 비유를 빌리자면 모리슨 보모어 다키스트는 마치 빈티지 아날로그 컴프레서를 거친 사운드 같았습니다. 새츄레이션과 하모닉 디스토션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거칠면서도 따뜻한 톤이 인상적이었죠.
반면 현재의 보모어 15년은 보다 디지털 컴프레서처럼 깔끔하고 정돈된 사운드에 가깝습니다. 과거가 다소 러프하고 복합적인 감성을 담고 있었다면, 지금의 15년은 불필요한 여운을 덜어내고 핵심적인 구조만을 남긴 듯한 인상이랄까요.
물론 체급 차이만 따진다면, 모리슨 보모어 다키스트 쪽이 더욱 풍성하고 응축된 질감을 보여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시음했던, 다소 애매했던 다키스트 15년과 비교해 보면, 현행 보모어 15년은 오히려 더 또렷하고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열의 문제가 아닌, 서로 다른 방향성과 해석의 차이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어쩌면 너무 미디어의 말에 휘둘려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요.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들을 여럿 접했지만, 정작 직접 마셔본 보모어 15년은 그런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지금까지 마셔본 셰리 피트 위스키 중에서도 꽤 괜찮은 인상을 남겼고, 일상 속에서 데일리로 함께하기에도 충분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너무 늦게 만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 돌아 마주한 지금, 이 제품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위스키였습니다. 정말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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